지난 3월은 정말 폭풍 같은 나날이었다. 어항에 역병이 돌았고, 덕분에 뜰채를 손에서 놓을 틈이 없었다.
역병은 컬럼나리스로 추측한다. 아가미가 진한 붉은 색을 띠며 벌어졌고, 몸이 붉게 충혈되었으며 밥을 전혀 먹지 못해서인지 꼬리가 아래로 꺾이고 배마름증도 나타났다.
(*외관상의 큰 변화 없이 폐사하는 케이스도 있었다. 수컷의 경우, 화려한 발색 때문에 아가미에만 약간의 충혈이 보이는 경우가 있었다.)
꼬리를 제대로 펼치지 못했고, 그래서인지 온 몸을 흔들며 힘겹게 헤엄치는 모습을 보였다.
산소방울이 나오는 곳에 모여있는 특이한 패턴을 보였다. 물고기한테서 뭐라 형용하기 힘든 역한 비린내가 진동을 했다.
일단 증세가 나타나면 2~3일 내에 대부분 폐사했다. 전염성이 강한지 어항 내 생물 전체에 번졌다.
소금욕은 효과를 못 보았고(일단 곡기를 끊는 증상을 보이면 3일 이내에 폐사하니,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 불가한 듯하다), 골든 엘바진은 증상이 경미한 치어에 효과가 있었다. 증상이 심한 성어도 엘바진 사용 이후에 움직임이 활발해졌으나, 병 호전에는 효과가 없었다.(더욱 악화하였기 때문에 효과가 없었다는 표현을 썼지만, 일반화하려는 의도는 없다)
가장 위독한 구피에게 먹이를 반강제로 급여했다. 국에서 건진 멸치가 얘보다는 더 통통하다 할 정도로 말라비틀어져 있어서 일단은 먹이고 보자는 생각이 앞섰다.
먹이를 곱게 갈아서 작은 통에 풀고, 그 안에 구피를 넣어 호흡 중에 자연스레 입에 들어가도록 계속해서 작은 스포이드로 입에 물에 갠 비트가루를 뿌렸다.
엘바진 사용 후 5일이 지나도록 상태가 악화되어가서 멜라픽스로 치료법을 바꿨다. 처음 이틀은 외관상 변화가 없었으나, 변은 잘눴다.
3일째, 구슬 형태 먹이는 여전히 못 먹는 상태. 그러나 탈각 알테미아는 조금씩 먹기 시작하여 강제 급여를 중단했다. (알테미아가 고운입자인데도 뱉는 게 반 이상이었다. 비린내가 심함)
멜라픽스를 사용하고 5일이 지나자, 물에 불은 일반 사료를 먹기 시작했다. 알테미아 4일 째로 급여 종료. 몸은 여전히 충혈되어 있었으나, 활동성이 좋아지고 꼬리가 조금 펴졌다.
8일째에 드디어 물에 불지 않은 일반 사료를 먹었다. 알이 작은 것만 삼켰지만, 오늘내일하던 구피였으니 아주 드라마틱한 변화였다.
9일째, 드디어 먹성이 돌아왔다. 비린내가 현저히 줄어들어 물 냄새도 확 줄었다. 발색이 조금 돌아왔고, 꼬리가 활짝 펴졌다. 전신 충혈도 88% 정도 사라진 듯하다.
11일째, 먹성이 좋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할 만큼 식탐이 심해졌다. 밥을 넉넉히 주는데도 다 먹으면 똥을 입에 물고 날 보며 뱉는다. 전에는 이런 싹수 없는 물고기 아니었는데 아무튼 살아줬으니 되었다.
밥을 더 주면 처음 먹는 것처럼 먹는다. 갑작스레 변 상태가 나빠지고 식탐이 지나쳐서 혹 내부 기생충이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요 며칠 사이에 갑자기 눈에 띄게 호전되니 놀라움의 연속이다. 말라비틀어진 멸치 같았는데 밤 사이에 누가 다른 애로 바꿔치기하고 간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예전 모습에 가까워졌다.
아직 뱃살이 전만 못하고 응아 상태가 갑자기 나빠져서 안심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고비는 넘긴 듯하다.
녀석 혼자 남은 여생을 보낼 어항을 새로 구매하여 물을 잡는 중이니, 꼭 완치하여 오래 살아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치어 때부터 키운 녀석인 데다가 억지로 먹여서 살려놓으니, 더욱 마음이 쓰인다.
여담이지만, 새 어항은 역병을 몰고 온 것으로 추정되는 구피와 코리를 산 집 앞 대형마트에서 샀다. 구매 당시 난 이미 휘몰아치는 역병 폭풍의 눈에 서있었다. 직원분께서 행사 중이니 어항을 사면 구피를 주신다고 하셔서 진땀을 흘리며 정중히 사양했다.
‘구피, 좀비가 되다’ 시즌 2를 제작하고픈 마음은 물벼룩 똥구멍만큼도 없다. 우리네도 살기 힘든 시기에 한 달 간 고생했으면 되었다.
+ 4월 9일 현재
전신 충혈이 사라지고 발색이 돌아왔다.
배가 통통해졌고, 잘 먹는다.
완치된 듯 하다! 며칠만 더 지켜보고 완치 도장 쾅쾅 찍으려 한다.
+ 4월 11일
건강해졌다. 못 먹고 죽어가던 물고기라고는 믿을 수 없을만큼 먹성이 좋다. 배마름증도 이리 금방 호전될 줄 누가 알았을까? 어항 물 좀 더 잡히면 약욕통에서 이사시켜 줘야겠다.
4/17 병은 완치된 듯 하나, 일반변과 가루변을 번갈아 눠서 아직 약욕통에서 지켜보고 있다. 어항에 있을 때는 몰랐다. 구피는 정말 엄청난 똥쟁이다. 먹는 거에 두 배는 싸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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