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글 주의)
1년 넘게 흥했던 어항에 죽음의 병이 돌았습니다.
역병의 기원은 바야흐로 석 달 전, 대형 마트에서 데려온 코리도라스 한 마리와 구피 수컷들이 아닐까 추측하고 있지만, 확실치는 않습니다.
수초는 검역 잘하면서 물고기는 왜 검역을 진행하지 않았는지.... 지금도 많이 후회하고 있습니다.
마트에서 데려온 수컷 중 한 마리가 유독 배가 홀쭉했고, 코리는 첫날부터 세로로 서서 수면 밖에 입을 내밀고 호흡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줬어요. 직립 보행이라도 할 기세였죠.
추가 콩돌을 넣어줘도 변함없는 모습이었어요. (+이 글을 쓸 때는 몰랐다. 컬럼나리스가 산소를 만나면 더욱 폭발한다는 사실을...by. 2023년 미래에서 온 나)
뭘 모르는 저는 그저 코리가 수면에 뜬 사료 기름이나 유기물 따위에 맛을 들인 줄 알았어요.
잘한다, 잘한다, 손뼉을 쳤다죠. 어머 미친 💁(What the 머저리)
아가미가 진한 붉은색을 띠고 있었지만, 코리를 자세히 뜯어보긴 처음이라 원래 그렇게 생긴 줄 알았어요. 게다가 밥도 어찌나 잘 먹던지......
배마름증이 있던 수컷 구피도 그냥 좀 말랐지만 밥을 잘 먹으니 곧 살찔 줄 알았어요. 아는 병이라곤 백점병과 솔방울 병 뿐이었거든요.ㅠㅠ
그로부터 며칠 뒤에 구피 수컷들이 먼저 차례로 용궁에 갔습니다. 밥 주면 눈이 뒤집히던 애들이 먹이 반응이 없더라고요.
그나마 먹이 반응 조금 있는 구피들도 사료를 삼키지 않고 뱉었어요.
점점 수면으로 입 내미는 횟수가 늘어나고 그 외에는 밤에 잘 때처럼 바닥에 배 깔고 있기 일수이고 아가미가 빨개지고 배가 마르고 허리가 꺾이고 꼬리가 녹거나 펼치지 못하고 실핏줄이 서며 온 몸이 붉어지고 마침내 용궁에 가더라고요. (쓰고 보니 좀비 느낌이네요.)
그렇게 하루 이틀 차로 죽어나가는 수컷들을 보고 그제야 심각성을 느꼈어요.
묵힌 물로 80프로 환수 진행하고 심하게 아파 보이는 애들만 따로 분리해서 소금욕 시켰죠.
그래서는 안 되는 거였어요. 지난 세월이 아까워도 어항 리셋하고, 전체 약욕 진행했어야 했어요.
수컷이 전멸하여 불모탕이 되어버린 어항에서 외관상으로 제법 멀쩡하던 암컷들마저 아가미를 비롯하여 온몸이 붉어지고 밥을 못 먹기 시작하더라고요. 실핏줄 서고 통통하던 배가 마르고 허리 꺾이고......
게다가 따로 키우던 치어들도 아가미가 붉어지더니 하나둘씩 죽어나가기 시작했죠.
하루에도 몇 차례씩 스포이드로 죽은 치어 빨아내는 일이 일상생활이었어요.
... 예. 치어들 먹이 주고 환수할 때, 본 어항 물을 가져다 쓴 게 원인이었겠죠.
모든 물고기의 아가미가 다 코리처럼 붉어진 뒤에야 알았어요. 이건 수질 문제가 아니라 역병이다. 역병이 돈 게다.
그 길로 소금욕을 진행하는 동시에 폭풍 검색을 시작했고, 질병에 좋다는 '멜라픽스'와 만병통치약 '골든엘바진'을 구매했습니다.
이럴 때 꼭 배송이 느리더라고요.
물건은 올 생각을 않고, 계속해서 죽어 나가는 물꼬기들....
육안으로 볼 때 가장 아파 보이던 구피 암컷 한 마리와 문제의 코리만 살아 남고, 그래도 먹이 꾸준히 삼키고 외관상으로는 그나마 괜찮았던 구피들이 전멸했어요.
치어도 반 이상이 죽어나갔고요.
1년 3개월 만에 1자 어항 정리했습니다. 마법의 똥물을 품었다고 자부했던 여과기는 역병의 똥물 품은 여과기가 되어 폐기했지요.
남은 성어라고는 아픈 구피 암컷 한 마리, 그리고 이 사태를 몰고 왔을 것으로 추정하는 코리 한 마리. 치어 약 20마리 정도.
어찌어찌 탈락 없이 일주일을 더 보내고, 마침내 약이 왔어요.
골든 엘바진 성분을 보니 비타민 B, C, D, E, 염화나트륨(염도를 조금 높이기 위함일까요?), 양이온T블루(메틸렌블루로 추측/세균, 곰팡이에 효과), 탄산수소나트륨(몰라).
첫날은 골든 엘바진으로만 약욕 진행했어요. 비타민이 들어서인지, 움직임이 없던 생존어들이 갑자기 활발히 활동하더라고요. (바로 활발한 걸 보면 따가워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네요.)
먹이를 찾는 듯하여 조금 넣어줬더니 전혀 입질 없던 애들이 먹이에 달려들더라고요.
그러나 입에 넣자마자 삼키지 못하고 뱉는 새드엔딩.
잘 먹어야 병이 나을 거란 생각에 따로 작고 좁은 급여통을 마련하고 때 되면 사료를 곱게 빻아서 물에 푼 후에 한 마리씩 넣어서 미량이나마 자연스레 입에 들어가게끔 해줬어요.
그렇게 사흘을 보내니, 코리는 밥을 잘 먹더라고요. 구피 암컷은 여전히 밥을 못 먹고요.
치어들은 골든 엘바진 사용 후에 하루에 한 마리, 이틀에 한 마리 꼴로 죽다가 더는 죽지 않았어요.
아무튼, 치어들은 효과 본 골든 엘바진으로만 케어해서 2주째 잘 지내고 있어요. 밥도 잘 먹고 잘 크고 건강해요.
구피 암컷은 입질은 있는데 먹이를 삼키지 못해서 엘바진 사용 5일 만에 치료법을 멜라픽스로 바꿨어요.
약욕탕이 작다 보니 아주 소량(투여량: 38L 기준 5ml)만 넣어줘야 해서 1 밀리 짜리 인슐린 주사기로 계량해서 넣어줬죠.
먹이는 계속 비트 곱게 간 것 + 탈각 알테미아 물에 개어 스포이드에 넣고, 먹이 급여 통에 분리한 녀석의 입에 쏴서 떠 넣어 주다시피 했죠. 잘 먹어야 병이 빨리 나으니까, 억지로라도 먹여야 할 것 같았어요.
자력으로 밥 잘 먹던 코리는 지난주에 용궁에 갔습니다. ( 다 나은 줄 알았는데ㅠ)
가장 먼저 죽을 것처럼 보였던 좀비 암컷이 가장 오래 살아남을 줄 몰랐네요.
병이 다 낫지 않았는지 아직 구피 사료(비즈형태)는 못 먹지만, 탈각 알테미아 주면 스스로 먹으면서 기특하게 버티고 있어요. 전신에 드러났던 붉은 기도 조금이나마 사라진 듯해요. 응아는 아주 잘하고요.
근데 발병 후로 비린내가 너무 심하네요. 새 물에 들어가도 바로 비린내 폴폴 날 정도로 물고기 몸에 냄새가 심해졌어요.
치어들은 앞 서 말했듯이, 골든 엘바진 사용 이후에 치어통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습니다.
최후의 암컷, 꼭 완치되어 좋은 소식 전하고픈 바람입니다.
아무튼 구구절절했지만, 새로 들인 물고기 검역 꼭 합시다.
2019년 내내 마법의 어항 만든다고 애 많이 썼는데 한 순간에 흑마법사 되었습니다.
수초만 키우다가 생이가 입주하고, 치비가 태어나고, 코페포타 생겼다고 구피 치어들 얻어왔던 일이 이제는 아득한 꿈같네요. 개구리밥 폭탄도 이겨냈었건만... 역병에 졌습니다.
안녕.
+ 본 포스팅은 5일 전에 작성한 글입니다. 좀비 암컷은 전날 부터 스스로 일반 사료를 먹기 시작했으며, 하루가 지난 오늘은 몸의 붉은기와 비린내가 현저히 줄어든 상태입니다! 모으고 다녔던 꼬리도 잘 펴고요. 이제 배만 통통해지면 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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